이집트의 무덤에서 발견된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미라의 新장례 문화
2026-05-17 13:00:42.654+00
2000년 전의 이집트 미라가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와 함께 발견됐다. 이 발견은 로마 제국 시기 이집트에서 그리스 문학이 사후 세계와 연결된 주술적 도구로 사용되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교의 연구팀이 이집트 중앙부 엘바흐나사 인근 옥시린쿠스 유적 내 '무덤 65'에서 비왕족 남성의 미라를 조사하던 중, 미라 외부에 봉인된 점토 꾸러미에서 확인된 심하게 훼손된 파피루스 조각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6년에 걸친 복원 작업을 통해 이 파피루스가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일부임을 확인했다. 이 파피루스 조각에는 일리아드 제2권의 '함선 목록' 구절이 적혀 있었으며, 이는 트로이 전쟁에 참전한 그리스 연합군 지휘관들의 출신 지역과 병력, 함선 규모 등을 기록한 내용이었다. 연구팀은 파피루스의 접힌 형태와 봉인 흔적을 통해, 문서가 미라 제작 작업장에서 의도적으로 작성되어 시신 위에 올려졌다는 추정을 내렸다.
이 발견은 로마 지배 시기 이집트에서 그리스와 이집트 문화가 융합된 결과로, 사후 세계를 위한 새로운 장례 풍습이 출현했음을 나타낸다. 전통적으로 고대 이집트에서는 '사자의 서'나 '호흡의 서'와 같은 장례 문헌이 미라와 함께 묻혀, 고인의 사후 세계로의 안내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 새로운 사례에서는 그리스 문화가 장례 관습에 통합되었으며, 이집트 사회에서 그리스 문화는 부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드러낸다.
오스트리아 고고학연구소의 역사학자인 안나 돌가노프는, '일리아드'를 함께 매장한 것이 이집트의 복잡한 저승 세계 대신 그리스식 사후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일종의 '문화적 통행증'으로 기능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였다. 이는 당시 이집트 사회에서 그리스 문학과 지식이 지닌 위상 변화와도 깊은 연결이 있다.
옥시린쿠스 유적은 고대 파피루스 문헌의 대량 발굴로 유명한 지역으로, 19세기 말 영국 고고학자들이 이곳의 쓰레기 더미에서 40만 점 이상의 파피루스 조각을 발굴한 바 있다. 이러한 발견은 사포와 에우리피데스 등 고대 시인과 극작가의 작품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중요한 발견이 진행되고 있는 현 시점, 고고학자들은 앞으로도 호메로스와 이집트 문화 간의 상호작용과 이로 인한 다양한 장례풍습의 변화를 더욱 심층적으로 연구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