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이웃의 성장 속도를 화학 신호로 감지하여 성장 전략 조정
2026-05-29 01:00:48.674+00
스웨덴 농업과학대학의 벨레미르 닌코비치 박사 연구팀이 식물이 이웃 식물의 성장 속도를 화학 신호로 감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성장 전략을 조정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보리 품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식물이 어떻게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 전략을 발전시키는지를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연구팀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의 역할에 주목했다. VOCs는 식물이 공기 중으로 방출하는 화학 물질로, 다른 식물이나 생물들과 소통하는 데 사용되며, 향수나 화장품 등 다양한 산업에서도 활용된다. 이전의 연구들은 주로 손상된 식물이 주변에 경고 신호를 보내는 데 초점을 맞췄던 반면, 이 연구는 멀쩡한 식물이 내뿜는 신호의 중요성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망했다.
실험에서는 성장 속도가 느린 보리 품종인 '페어리테일', 중간 속도의 '루카스', 그리고 빠른 성장 속도의 '살로메'를 사용하였다. 연구 팀은 이들 두 품종인 페어리테일과 살로메를 서로의 VOCs에 25일간 노출시켰고, 생체량과 유전자 발현을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이들 식물은 성장 속도에 따라 서로 다른 화학 신호에 특이한 반응을 보였다.
흥미롭게도 느린 품종인 페어리테일은 빠른 품종인 살로메의 냄새를 맡을 경우 생체량이 증가하는 반면, 살로메는 페어리테일의 냄새에 반응하여 생체량이 감소했다. 이는 식물이 주변의 경쟁 상황을 인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원을 더 집중적으로 배분하거나 절약하는 전략을 취함을 보여준다.
유전자 분석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찰되었다. 살로메의 냄새에 노출된 페어리테일은 방어 및 스트레스 관련 유전자 발현이 감소하여 성장 쪽으로 전환한 반면, 페어리테일의 냄새에 반응한 살로메는 방어 유전자 발현이 증가하여 자원을 절약했다. 연구팀이 분석한 115종의 VOCs에서는 품종별로 각기 다른 화합물 조성이 확인됐으며, 벤질 니트릴, 리날룰, 옥탄알 등이 이러한 전략 변화와 강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이 연구는 앞으로 병충해 저항성과 작물 생산성을 동시에 높이는 혼합재배 전략 개발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닌코비치 박사는 건강한 식물들이 지속적으로 화학 신호를 방출하고 이를 통해 주변 식물이 방어 체계뿐만 아니라 전체 성장 전략을 조정하는 과정이 핵심적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