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중심부에서 십자가 방화 사건 발생…20대 남성 증오범죄 혐의로 기소
2026-06-19 02:30:37.54+00
미국 시카고 그랜트 파크에서 대형 나무 십자가에 불을 지른 20대 남성이 증오범죄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 사건은 불과 일주일 전인 9일 오후 2시 40분에 발생했으며, 기소된 남성은 자신이 정치적 시위를 목적으로 했다고 주장했으나 당국은 십자가 방화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해 다르게 판단했다.
해당 남성의 이름은 멀린 루(21)로, 그는 포틀랜드에서 태어나 일리노이대 시카고 캠퍼스 4학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 측은 그가 2025년 가을 이후 재학생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 도주한 그의 사진을 공개하고 수사에 나섰으며, 15일에 그를 신병 확보했다. 이어 16일에는 시카고 서부 자택에서 그를 체포했다. 이번 수사에는 시카고 경찰, 연방수사국(FBI), 일리노이주 경찰, UIC 경찰, 쿡 카운티 검찰이 참여했다.
미국 내에서 십자가 방화는 과거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쿠 클럭스 클랜(KKK)'의 상징으로, 흑인 공동체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사건이 발생한 그랜트 파크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당선 수락 연설 장소로, 이 사건에 대한 지역 사회의 충격이 더욱 컸다. 특히 사건 당시 한 시민은 가족과 함께 십자가가 불타는 모습을 목격하고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루는 십자가 방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인종이나 종교적 차별 의도는 전혀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지지 세력인 MAGA, 기독교 민족주의에 반대하는 정치적 시위의 일환이었다"라며 "MAGA의 상징인 빨간 모자를 십자가 위에 올려놓고 불을 붙였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KKK와는 관련이 없으며 그 행위의 역사적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국은 그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었든지 간에 혐의를 유지했다. 증오범죄는 미국 사법 체계에서 중범죄로 간주되며, 피해자의 인종, 종교, 성적 지향 등 특정 정체성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범행의 동기로 작용한 경우 형량이 대폭 증가한다. 브랜던 존슨 시카고 시장은 "그 증오의 상징을 단호히 거부한다"며 "이번 사건에서 유발된 고통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