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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생생한 17세 소녀, '과잉기억증후군' 진단받아"

2026-04-11 05:00:44.195+00

영국에 거주하는 17세 소녀 TL이 자신의 과거 기억을 극도로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는 '과잉기억증후군'(hyperthymesia)으로 진단받았다. TL의 사례는 뇌과학 분야의 국제 저널 '뉴로케이스'(Neurocase)에 발표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특정 날짜를 떠올리면 해당 날의 날씨, 주변 환경, 감정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해낼 수 있으며, 이는 단순한 회상 이상의 현상으로, 저편의 과거로 되돌아가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과잉기억증후군은 전 세계적으로 100명도 안 되는 매우 희귀한 질환으로, 이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긍정적인 기억뿐 아니라 고통스럽거나 불쾌한 기억까지도 잊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TL은 방대한 기억을 관리하기 위해 '기억의 궁전'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기억을 정리하고 있다. 그녀는 개인의 추억을 "천장이 낮은 커다란 직사각형 모양의 하얀 방에 담고 있다"고 설명하며, 바인더를 통해 주제별, 시간순으로 기억을 정리해 두고 있다.

파리 시테 대학교의 신경과 전문의 발렌티나 라 코르테는 과잉기억증후군이 독특한 능력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심리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기억이 예기치 않게 떠오르거나 제어하기 힘들 경우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슬픔이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은 불안과 우울, 강박적 사고 등의 심리적 문제를 겪기도 한다.

TL은 자신의 기억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방법 외에도, 특정 기억을 '보관'하거나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상상의 공간을 활용하여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있다. 과잉기억증후군은 현재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심한 상실감이나 슬픔 등을 반복적으로 떠올려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경우 상담 치료나 스트레스 관리 전략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과잉기억증후군의 원인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며, 특정 뇌 영역에서의 과잉 활동과 관련된 결과들이 있지만 공식적인 진단 방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이 증후군 환자와 강박 장애 환자 사이에서 뇌의 특정 영역에서의 구조적 차이를 발견하였으나, 이 두 질환 간의 명확한 상관관계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하여 2021년에는 호주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레베카 샤록이 자신의 인생에서 일어난 대부분의 사건들을 기억한다는 사례가 소개됐다. 그녀는 엄마의 뱃속에 있었던 모습조차 기억하며 괴로울 때는 소설 '해리포터'의 구절을 떠올리며 마음을 안정시키려 노력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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